등굣길엔 하루 새 익숙해진 요란한 플랜카드가 걸려 있고, 교실에 들어가면 모두가 워시를 둘러싸고 있는...
조금 짜증나는 하루의 시작이죠.
그런데 오늘은 들리는 수군거림의 내용이 조금 다릅니다.
동급생:"케이 말야, 외국으로 스카웃되었다는 게 정말이야?"
"어제부터 학교도 안 오고 있던데, 벌써 짐 싸서 떠날 준비 한다고 했어. 스카웃 조건이 엄청 좋대."
"하긴, 도 대회 결과가 전국적으로 봐도 이미 신기록이라고 했지?"
"워시, 너는 좋겠다!케이가 없으니전국대회 우승은 따놓은 당상이잖아."
지난 도 대회에서 금메달로 입상한 케이에 대한 이야기인가 봅니다.
물론 엄청난 스피드로 완주하긴 했지만 이렇게 빠른 시일 내에 해외 스카웃이라니,
게다가 벌써 출국 준비를 하느라 학교에도 안 왔다니.
문외한인 마요에게도 모든 것이 조금 이례적이게 들리긴 합니다.
그때 소란 속에 앉아있던 워시가 자리에서 일어납니다.
워시:미안, 바쁘게 떠났는지 나도 들은 게 없어서.
아침 연습 때문에 나 먼저 가본다.
:<관찰력> 판정
마요: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54
판정결과:
실패
워시:(교실 밖으로 나갑니다)
떠나는 워시에게 힐긋 시선을 주면, 언제나와 같은 그 얼굴이지만...
연습이 있어서 가본다고 하면서 갈아입을 수영복이 들었을 가방을 자리에 두고 나가는 중이란 것이 눈에 띕니다.
정말 연습을 하러 가는 게 아닌 것만은 분명한데, ...어떡할까요?
:따라가도 되고 걍 교실에 남아도 됩니다
마요:(가방도 안챙기다니 칠칠맞구만. 이 마요의 지성을 뽐내볼까? 하며 가방 가져다주기로 해요 ㅋ)
워시~! 연습 간다면서 빈손으로 가면 어떡하냐?
워시가 나가고 잠시 후, 마요 역시 자리에서 일어나 워시의 뒤를 쫓습니다.
몇 발자국 뒤에서 워시를 따라가고 있자니, 워시가 지나간 자리마다 서 있던 학생들이 작게 수군거리는 소리가 자연히 들려옵니다.
동급생:"들었어? 케이 스카웃돼서 유학 간다며. 워시는 운 좋게 됐지 뭐. 워시, 잘한다 잘한다 해도 케이보다는 못하잖아. 아마 전국대회 나갔어도 결과는 뻔했을 걸."
"내 말이. 근데 케이 말야. 정말 스카웃된 게 맞아?"
"왜?"
"내가 듣기론 어디가 크게 아파서 못 나오는 거 같다고 했거든. 걔네 반 애들이 그러는데, 걔 요새 좀 이상했대.안색도 나쁘고, 수업 시간엔 잠만 자고, 말수도 적어지고, 감기약을 내내 달고 다니고...그러다 이렇게 갑자기 안 나오게 됐잖아. 케이도 말 없이 유학가버릴 애는 아닌데."
"진짜? 사실이면 좀 불쌍하다. 우리 학교 최고의 수영 유망주였는데..."
어쩐지 조금 의외인 동시에 한심한 모습입니다.
앞에선 다들 좋은 말만 해 주었으면서 뒤에선 이렇게 험담이나 하고 있다니요.
그런데 이 이야기는 정말일까요?
케이의 결석이 유학 탓이 아니라 병 때문이라는...
여러 생각을 하며 워시의 뒤를 밟다 보면, 도착한 곳은 어느새 교내 수영장입니다.
연습하는 게 아닌 것은 분명한데도 오는 곳은 결국 수영장이네요.
워시:어? (뒤따라온 마요를 봐요)
시끄러운 무리가 없는 탓인지 이제야 표정이 조금 편해 보이네요.
마요:~~~!!!! 몇 번을 불렀는데 왜 이렇게 못 들어~!
(가방 홱 안겨줘요)
워시:미안. 시끄러워서 잘 몰랐나보다. (가방 안겨짐)
마요:걸음도 빨라가지고!!!
워시:(작게 웃으면서 수영장 바닥에 앉아요) 너도 앉을래?
마요:... (털푸덕 앉음)
애들이 엄청 수군거리던데.
케이가 어쨌다느니 워시는 어떻다느니..
워시:알고 있어. 익숙해~ (어깨 으쓱)
마요:인기인도 참 피곤하구나.
워시:좀 짜증나긴 해도... 어쩔 수 없지. (쓴 웃음으로 찰랑이는 수영장 표면만 바라봐요)
교문 플랜카드 봤지? 은메달을 땄는데도 내 이름은 금메달보다 작게 붙어있는 거.
결국 그래. 아무리 열심히 해도 결과밖에는 인정되지 않잖아.
그 모습은 어딘가 초연해 보이기도, 답답해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더니 별안간...
풍덩!
말릴 새도 없이 워시가 그대로 돌진해 수영장에 뛰어듭니다.
교복을 입은 채인데, 제정신인 걸까요?
마요:제정신이야?!
그러나 당황한 것은 마요 뿐인 듯 합니다.
워시는 오히려 한참을 잠수하더니 상쾌해진 얼굴로 고개를 내밉니다.
워시:푸하! (물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요.)역시 수영하는 게 제일 좋네~ 물 속에 있을 때 가장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아.
너도 들어와볼래?
마요:집에는 뭐 입고 가려고!
싫어~ 난 갈아입을 옷도 없단 말야.
워시:그런 것도 신경 써? 남의 시선따위 신경 안 쓰는 줄 알았는데. (다시 풍덩 잠수해요)
마요:그렇다고 쫄딱 젖어서 막 다닐 정도는 아니거든?!
잠수 시간이 꽤 긴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때쯤에 다시 워시가 머리를 내밉니다.
워시:그럼....
(마요 다리 잡아서 억지로 끌어내려요 ㅋㅋ)
마요:으아악?!
워시:(근력으로 막아도 됩니다)
마요:(모서리에서 버팅기기)
근력
기준치:
80/40/16
굴림:
81
판정결과:
실패
워시:(ㅋㅋ)
마요:?!!!!
풍덩!
마요:야~~!!!!!!
결국 마요 역시,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어버렸네요.
마요:나, 나 수영할 줄 모른단말야!
워시:(허리 붙잡아줍니다.) 이러면?
나한테 앵겨도 돼. (히죽. 개수작.)
마요:(워시를 타고 올라가기)
분명 밖에서 봤을 땐 수심이 깊어보이지 않았는데, 아무리 발을 휘적여도 바닥은 닿지도 않네요.
"무슨 일이 있어도 방금 있던 일은 함구하시고, 케이는 유학을 떠났다고 알려주세요. 이런 일이 알려지면 아이들에게 좋을 것이 없습니다."
"경찰과 구급차를 불러 무슨 일인지 상세히 조사하고 수습하도록 하겠습니다."
"사건이 일단락될 때까지 교내 수영장은 임시 폐쇄조치를 부탁드립니다."
겨우 혼란이 수습되고 나면 선생님들은 각자의 일을 맡아 수영장을 빠져나갑니다.
등 뒤에서 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 이곳에 남은 것은 몰래 숨어든 마요.
그리고 녹아 버린 케이 뿐이네요.
틈을 타 케이를 관찰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마요:(케이였던것...으로 다가가봅니다)
마요는 혼란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조심히 케이가 서 있던 2층 난간으로 걸음을 옮깁니다.
넓은 수영장에 마요의 발소리만이 공허하게 울립니다.
난간에 도착해 보면, 케이는 형체도 없이 사라져 있습니다.
그의 옷가지만이 그 자리에 젖은 채로 떨어져 있을 뿐입니다.
:바닥에 고인 액체/교복/가방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요:(바닥에 고인 액체요 ㅜ)
피부 색과 은색, 녹색, 푸른 색 등이 오묘하게 섞인 액체가 햇살을 받아 반짝반짝 빛나고 있습니다.
바닥에 흥건한 액체는 아래 수영장으로 한두 방울씩 똑, 똑 떨어지고 있네요.
물에 들어가고 싶은 것처럼요.
이게 정말 조금 전의 케이가 맞는 것인지 여전히 믿기 힘듭니다.
마요:(잔인해...)
:ㅠ ㅠ
마요:(어디 담아둬야하는거아님?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요:(스포이드가져와..)
:담아서머해ㅠ
마요:(케이 교복도 살펴봅니다..)
젖은 옷가지가 바닥에 아무렇게나 늘어져 있습니다.
여기저기 해져 멀쩡한 꼴이 아닙니다.
잘 보니 주머니에 무언가 들어있습니다.
마요:...? (주머니에 든 것 꺼내봐요)
이건...
워시의 옷 주머니에 들어 있던 것과 같은 약병입니다.
불길한 기운이 밀려옵니다.
케이와 워시는 같은 것을 마신 걸까요?
혹시, 이상한 일의 원인이 이 물약이라면?
마요:(하.......)
(케이가방은요)
케이가 메고 있던 가방입니다.
안을 열어보면 수영복 한 벌과 물통, 금메달, 작은 수첩이 보입니다.
:다 하나씩 살펴볼 수 있습니다.
마요:(수영복 꺼내봐요)
학생용의 평범한 수영복입니다.
지난 대회에서도 이 수영복을 입고 경기에 임했었던 것 같습니다.
조금 낡고 여기저기 손때가 묻은 것이, 그간 케이의 노력을 알 수 있게 합니다.
마요:(글쿤..)
(물통꺼내봅니다)
운동선수라면 흔히 가지고 다닐 만한 개인 물통입니다.
특별한 것은 없어 보이는데...
:<관찰력> 판정
마요:
관찰력
기준치:
25/12/5
굴림:
26
판정결과:
실패
잘 모르겠네요/
마요:(네에..)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요:(아마 영양제겟죠)
(금메달도 봐요)
대회 이후 소중하게 품고 다닌 듯한 금메달입니다.
반짝거리는 메달에는 '도내 청소년 수영 대회 우승' 이라는 글자가 쓰여 있습니다.
마요:(워시는 메달 안 가지고 다니려나?)
(수첩도 열어봅니다)
표지가 조금 젖은 작은 수첩입니다.
펼쳐보면 짧은 메모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살펴보면, 무언가에 대해 시간별로 기록한 일지입니다.
:... 일주일째.
수영 실력이 빠르게 늘고 있다. 매일 기록이 점점 더 줄어든다. 코치님이 아주 기뻐하셨다. 약은 아주 맛이 없다. 너무 짜고 써. 내가 마시는 것을 보더니 워시 역시 결국 약을 입에 댔다. 그 녀석의 수영 실력도 빠르게 성장했지만 아직 나보다는 못하다.
... 30일째.
짧은 시간동안 성적이 크게 상승했다. 이제 동네에서 나를 따라올 만한 선수는 없다. 기분이 아주 좋다.
... 50일째.
이제 반만 더 먹으면 된다. 앞으로 50일. 그간의 변화는 엄청나다. 오늘은 교내 대표 선수로 발탁되었다. 부모님께서 거는 기대가 아주 크다. 실망시켜 드릴 순 없어.
이후부터는 글씨가 조금 삐뚤빼뚤해지고 물에 젖어 번진 부분이 많습니다.
:... 70일째.
잠수할 수 있는 시간이 또 늘어났다. 오늘의 기록은 8분. 조금만 더 하면 9분을 넘길 수 있을 것 같다. 이상하게도 이렇게나 오래 숨을 참았는데 숨이 막히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머리가 더욱 맑아지는 것만 같다.
... 90일째.
약을 거의 다 마셔간다. 이제 열흘만 더 마시면 된다. 그런데 점점 이게 맞는 일인지 모르겠다. 수영 성적이 늘면 늘 수록 반대로 몸이 축나고 피로해진다. 하지만 주변에서 내게 거는 기대가 크니 이제와 그만둘 수는 없다. 머리가 아프다. 머리가... 숨이 막힌다... 아... 어서 물에 들어가고 싶다... 약을 더 마셔야겠다...
글씨는 점점 불규칙해지고, 기록 또한 드문드문해지더니 마지막 장에야 한 줄이 겨우 쓰여 있습니다.
:... 99일째.
오늘은 바라던 도 대회가 있는 날이다. 아직 100일은 채우지 못했지만 이거면 충분하다. 금메달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메달을 목에 걸고 오늘이 지나면 나는 더욱 완벽한 선수가 되어...
:기록을 읽은 마요, <지능> 판정합니다.
마요:
지능
기준치:
35/17/7
굴림:
34
판정결과:
보통 성공
(이게되네..)
얻은 정보를 모아보면 이렇습니다.
케이는 약 100일여 전, 아마도 마요가 복도에서 느꼈던 수상한 인기척의 그 사람에게 어떤 '물약'을 받은 것 같습니다.
그것을 100일간 빠짐없이 복용한 결과 수영 실력이 월등하게 늘었으나, 부작용인 것인지 두통과 호흡 곤란 등을 겪더니 결국 지금과 같은 처참한 몰골이 되어버렸다는 것이죠.
워시 역시 같은 약을 받아 마시고 있는 것 같은데 다행히 아직 필요한 기한은 채우지 못한 모양입니다.
워시는 괜찮은 걸까요?
더럭 겁이 납니다.
최근 수영 성적이 급부상한 것과 묘하게 나빠보이던 안색이 겹쳐 떠오릅니다.
이대로 있다간 워시도 케이와 같은 꼴이 되어버리는 걸까요?
마요:(안 돼 )
(보건실로 되돌아갑니다)
마요가 워시를 찾으러 보건실로 돌아가면 워시는 이미 어디론가 가 버리고 없습니다.
마요:????
(보건쌤한테 물어볼래요)
보건교사:아~ 아까 괜찮아졌다고 돌아갔어.
마요:교실로요?
보건교사:그렇지 않을까?
마요:... (뭔가 불안한 마음을 안고 교실로 향합니다)
그러나 교실에도 워시의 모습은 보이지 않습니다.
마요:(아니 얘가 어딜갔어)
(교실 친구들한테도 워시 봤냐고 물어봐요)
동급생:어? 워시? 아까 가방 들고 나가던데... 조퇴하는 거 같더라.
마요:너 혹시 워시 집 주소 알아?
동급생:다들 한 번씩 가봤으니까~ (집주소 공책에 적어서 찢어 줍니다.) 여기야.
마요:(언제 한번씩 가본건데 ㅋㅋㅋ)
고마워!
동급생:(ㅋㅋ)
마요:(쉬는시간..인거겟됴? 슬쩍 학교 빠져나와서 워시 집으로 갑니다)
마요는... 무단조퇴(!!!)를 합니다.
마요:(헤헷)
적혀진 집주소를 따라 집앞을 찾아가면, 워시의 부모님이 맞아주십니다.
워시 부모님:(어머, 웬 예쁜 여학생이...!)
마요:안녕하세요 ^^;
워시한테 전해줄 게 있어서...
워시 부모님:응? 대신 전해줄게. 뭔데?
마요:아, 아니 이게 설명도 같이 해줘야 하거든요~? 잠깐 워시 좀 봐도 될까요?!
워시 부모님:에구... 미안해서 어떡하지...? 아까 워시한테 연락을 받았는데, 오늘 친구집에서 자고 오겠다고 하더구나... (미안한 기색을 보여요)
정작 플랜카드의 주인공이자 금메달의 주인인 케이는 어제 그런 끔찍한 결말을 맞아버렸는데도요.
아마 이 학교에 진실을 아는 학생은 마요밖에 없겠죠.
등굣길, 자연스레 길목에 있는 교내 수영장을 지나칩니다.
문 앞에는 노란 테이프와 가림막으로 출입 금지 처리가 되어 있네요.
어제 이야기했던대로 수영장을 폐쇄한 모양입니다.
마요는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자연스레 워시의 자리를 확인합니다.
그런데 보란듯이 워시의 자리가 텅 비어있습니다.
순간 뒷목이 서늘해질 정도의 어떤 예감이 스치고 지나갑니다. 설마?
:<듣기> 판정
마요:
듣기
기준치:
20/10/4
굴림:
61
판정결과:
실패
자리에 굳어 서있는 그때, 반 아이들의 수군거림이 희미하게 들려옵니다.
동급생:"... 유학 준비 때문에 바빴던 거래. 오늘 ... 출국했다더라. 걔네 반... 그러셨대."
"정말? 잘 됐다~ 부러워!"
"근데 ... 는 왜 결석이야?"
"설마 워시도 ...?"
"아냐, 내가 어제 워시한테 ... 그런 적 없다고 했어."
"어제 아프다고 했었잖아. 그래서 안 온 거 아니야?"
아이들이 한창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는데, 곧 조례 시간이 되어 담임 선생님이 들어오십니다.
간단한 몇 가지 사항들의 전달이 끝나면, 반장이 손을 들어 말합니다.
동급생:선생님! 워시가 아직 안 왔는데요.
교사:워시는 어제부터 무단 조퇴 상태다. 오늘도 연락이 없어.
전국대회 연습 때문에 바쁜가 봐, 녀석.
그럼 그렇다고 말이나 하지.
하고 중얼거리는 선생님은 이 일을 그다지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마요:(교사맞아?!?)
:마요, <지능> 판정
마요:
지능
기준치:
35/17/7
굴림:
20
판정결과:
보통 성공
그때입니다. 왜인지 모를 어떤 확신이 든 것은.
마요는 워시가 있을 만한 곳을 알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듭니다.
그렇게 물을 좋아하는 애가 어디에 있겠어요?
마요:(수영장은 폐쇄했자나)
:몰래 들어갈 수도 있지
마요:(호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요:(조례 끝나자마자 튀어나갈 생각중)
교사:그럼, 이상. 조례 끝.
1교시 준비하고 있어라~
(나가요)
마요:(바로 교내수영장으로 항합니다)
교실에도 없고, 연락도 받지 않는 워시가 있을 만한 곳이라면 역시 한 군데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요는 교내 수영장으로 향합니다.
출입 금지 처리가 단단히 되어 있는 출입문을 보면 누구라도 함부로 들어갈 생각을 하지 않겠지만 마요는 망설임이 없습니다.
문고리를 돌려 보면, 역시나 잠겨 있지 않습니다.
안으로 들어서면...
한여름 오전의 햇살이 창문으로 내리쬡니다.
너른 수영장은 정적에 잠긴 채 텅 비어 있습니다.
수면이 고요하게 일렁입니다.
마요는 물결을 눈으로 좇습니다.
시선의 끝, 잔잔한 물결의 위에 워시가 부유하고 있습니다.
다가가 살펴본다면, 워시는 가만 눈을 감고 있습니다.
마요:워시!!!!!!!
말을 걸어도 당장 대답이 없습니다.
또한번 불길한 생각이 들려는 찰나에야 워시가 눈을 떠 마요를 맞아줍니다.
워시:와~ 어떻게 알았어? 여기 있는거.
마요:네가 여기 말고 있을 데가 어딨어?
워시:이제 워잘알이네~~
마요:어제는 어디 갔었던 거야??
워시:...그냥~ 혼자 있고 싶어서.
마요:......
전화도 안 받고.
워시:(눈썹 끝이 조금 내려갑니다.) 미안. 서운했어?
마요:걱정했단말야...
너. 지금 먹는 영양제인지 뭔지 당장 다 갖다 버려
케이가... 케이가, 너 어제 걔가 어떻게 됐는지 알아?!
워시:...그 자식, 대회 이후로 못 봤지만 아마 물로 돌아갔겠지. 누구보다 내가 그 기분을 가장 잘 알 것 같으니까. (먼 곳을 바라보며 담담하게 말합니다.) 거긴 좋겠지.
케이의 최후를 모르는 모양입니다.
마요는 어제의 끔찍했던 사건을 다시 떠올립니다.
다 녹아내린 끔찍한 형상이 되어서야 겨우 수영장으로 돌아간 케이의 모습.
이대로 내버려두면 워시 역시 그렇게 되어 버릴지도 모릅니다.
워시:내일이면 약을 마신지 100일이 돼. 내일이 되면 어떻게 될까?
바다로 돌아가고 싶은 생각이 들어.
마요:너.. 그거 계속 마실 생각이야?!
케이는 바다로 돌아간 게 아니라...
그냥 녹아 사라졌단 말이야!
워시:사람이 어떻게 녹아 사라져~ (당신의 말을 거짓말이라 생각하는 듯, 가볍게 웃어 넘겨요) 마요, 나 있잖아... 약을 마신 이후로 물에 있을 때만 마음이 편해져. 물 밖에 있을 땐 숨도 막히고 머리도 아프고...
마요:너는 그런 게 좋아?!!!!
워시:무시받는 것도, 비교되는 것도 싫었어. 무엇보다 너한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뿐이었는데...
... (쓰게 웃고는 별안간 당신을 바라봅니다.)
마요, 고마웠어.
무슨 뜻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워시의 몸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습니다.
순식간에 워시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집니다.
마요:무슨 소리하는 거야...?
워시!
물이 한 번 크게 일렁이더니 이후 잠잠해집니다.
마요:워시...?
불러도 응답이 없고, 다시 머리를 내밀 생각도 하지 않습니다.
완전한 고요 속에 마요만이 홀로 남았습니다.
마요:(어제의 장면이 떠올라 불길해져요. 냅다 수면으로 뛰어듭니다)
마요보다 수영을 잘 하는 워시라면 이대로 잠겨 죽지는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자꾸만 불길한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습니다.
마요는 교복 차림 그대로 과감하게 물에 뛰어듭니다.
3m의 깊은 수심이 마요를 받아줍니다.
발버둥쳐도 바닥엔 발이 닿지 않고, 푹 젖은 교복 탓에 몸이 무겁습니다.
:마요, <수영> 판정합니다!
마요:
수영
기준치:
20/10/4
굴림:
29
판정결과:
실패
몸이 마음처럼 움직여주질 않습니다.
물살을 가르려 해 봤자 몸은 하염없이 아래로 가라앉기만 합니다.
이대로라면 워시를 구하기도 전에 마요 본인이 익사하겠어요.
그때였습니다.
가라앉아 있던 워시가 마요에게 손을 뻗어 붙잡아온 것은.
워시는 물 속에 들어온 마요를 마주하자 놀란 기색입니다.
그러나 오래 마주하고 있을 시간은 없습니다.
마요는 워시와 달리 물 속에서 오래 참을 수 없는걸요.
여기서 잠수 내기를 하자면 무조건 패배입니다.
어서 생각해내야 합니다. 워시를 구할 방법을요.
:<지능> 판정
마요:
지능
기준치:
35/17/7
굴림:
99
판정결과:
대실패
워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요:(죄송해요)
당장 닥친 패닉 상태에 마요는 아는 것도 바로 떠올리기 어렵습니다.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어쩐지 뻐끔거리는 저 입술에 자꾸 시선이 가 닿을 뿐입니다.
워시는 입모양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 위험하니까 어서 올라가!'
... 지금 같은 순간에도 저런 말이나 하고 있는 입을 막으려면 역시 방법은 하나입니다.
마요를 응시하는 놀란 두 눈을 보고 입맞출 자신이 없다면, 이렇게 생각하도록 해요.
이건 키스가 아니라 인공호흡이라고!
마요:(당장 숨이 막혀오지만, 올라가려고 애쓰느니 워시의 숨을 나눠 마시는 게 빠르겠단 생각이 듭니다. 저 재수없도록 잘난 자식도 호흡이 다하고 나면 스스로 올라오는 수밖에 없지 않을까? 어차피 가라앉고 있는 몸, 더 고민할 틈도 없이 워시의 입술에 제 입술을 포개버려요.)
물 속에서 두 입술이 맞닿습니다.
깜짝 놀란 워시가 발버둥을 쳐도 맞물린 입술은 떨어지지 않습니다.
입술 새로 마요의 호흡과 어쩐지 짠 바닷물의 맛이 뒤엉킵니다.
시간이 정지한 것만 같습니다.
영원과 같은 순간의 시간이 흐른 뒤에, 정신을 차린 워시가 마요를 안고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워시:푸핫....!
뭐, 뭐하는 거야...?! (머리색과 같은 빛으로 얼굴이 빨개져있어요) 수, 수중키스라니....
마요:키, 키, 키스한 거 아니야!!! (퍽 때려요)
워시:아야...!! (혹남)
아니...... 위험하게...! 너 수영 못 한다고 그랬잖아...!!
마요:뭔지도 모를 약이나 받아마시는 것보다 위험하겠어?! 너, ... 너 진짜 바보지?
워시:바보한테 바보 소리 듣기 싫은데. (입을 삐죽이고 있지만 아까의 입술 감촉을 잊을 수 없는지 제 입술만 만지작 거려요.)
...한번만 더 해주면 안돼? (힐끔)
마요:(워시 얼굴 손으로 마구 문질러버려요)
워시:우부붑
마요:이상한 소리좀 하지 마.
워시:(손 탁 잡아요) 물 속은 되는데, 물 밖에서는 안 된다?
(다시 잡아당겨서 빠트려 버림)
마요:으아악!
워시:(허리 끌어안고 입술 쭈욱) 나 좋아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도돼?
마요:아니!!!!
워시:엄마한테도 들었어. 어제 우리 집에도 찾아왔었다며?
마요:......
워시:(히죽...히죽...)
(마요 볼에 마구 뽀뽀해요)
마요:...네가 재수없긴 해도 없어졌으면 할 정도는 아니야.
(달려드는 워시 다시 밀어내요 ㅋㅋ)
워시:그게 좋아한다는 거 아닌가? (밀어내는 손에도 쪽쪽거려요)
마요:너 진짜 바보 맞구나.
워시:마음대로 생각해. 네 머릿 속에 내 생각으로 가득찼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하니까.
마요:... 그렇게 좋아할거면서 왜 혼자 바다로 돌아가려고 했어? 역시 바보 맞지?
워시:...바다에 있어도 보러 와줄 거잖아. 그치~? (조금 미안해해요)
마요:아니? 복사 도장 안 하면 무효야.
워시:큼.
아무튼... 고마워. 나를 위해 수영장에도 뛰어들어줘서. (능글스런 미소로 마무리 짓고 당신을 다시 바닥에 올려놔줍니다.)
마요:워시.
워시:응?
마요:난... 너처럼 특기가 있는 것도 아니고 딱히 장래가 있는 것도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 그래도 수영 때문에 네가 다른 걸 모두 포기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네가 바보라서 알려주는거야!
워시:(어쩐지 가슴이 간질거리는 기분이 듭니다. 나쁘지는 않은 감정이에요. 온몸에서 피어오르는 소독향과 함께 맑게 웃습니다.) 응, 알겠어. 고마워.
... 그 이후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마요 덕분에 워시는 무사하다는 것 정도겠네요.
예정된 100일이 지났는데도 멀쩡한 것을 보면요.
시간은 흘러 어느덧 전국대회 예선 날이 되었습니다.
"4번과 6번! 양 옆 레인 선수들이 빠르게 치고 앞서나갑니다! 반면 5레인의 워시선수, 오늘따라 부진한데요...!"
역시나 햇살이 따사로운 주말 오후입니다.
마요는 오늘도 황금같은 휴일에 억지로 워시의 경기를 참관하고 있는 중입니다.
비록 오늘은 반 단체 관람도 아니고, 마요가 제발로 온 경기지만... 아무튼요.
오늘은 워시의 경기 성적이 좋지 않습니다.
자신이 보러 와 주면 잘 할 거라더니, 전광판에 기록된 최종 기록은 5위입니다.
순위권 진입 실패, 처참하게 예선 탈락.
워시가 혜성같이 나타난 신예이자 떠오르는 수영계의 샛별이라 불리우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겠네요.